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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25 17:21
갯바위 하선 제한 (낚시금지) 갯바위 하선 제한 (낚시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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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360  

갯바위 하선 제한 (낚시금지) 갯바위 하선 제한 (낚시금지)

“자기 나라 국민이 자기 나라 땅에서 낚시하는 데
단속이나 제한을 하다니요?”


갑자기 포인트들이 사라지고 있다. 낚시 좀 된다는 갯바위가 하나둘씩 하선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고 있다. 해경에서 안전을 이유로 낚시인들이 ‘위험한’ 갯바위에 내리는 것을 단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치들에 대한 낚시인들의 불만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현재 여수와 통영 해경에서 실시하고 있는 무인도서 하선 금지 조치가 과연 정당한지 따져보기로 하겠다.

통영에서는 소지도, 좌사리제도, 안거칠리도, 밖거칠리도, 윗대호섬, 아랫대호섬, 팥섬을 제외하면 모든 무인도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행위가 법에 저촉된다. 쉽게 말해 위에 나열한 섬 말고는 사람이 살고 있는 사량도, 욕지도, 두미도, 연화도 같은 유인도에서만 낚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유인도라 해도 모든 갯바위에서 낚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속여나 부속섬 갯바위에서는 아예 낚시를 할 수 없다. 심지어 간출여의 경우 반경 50m 이내로는 접근조차 해서는 안된다.
통영 해경에서는 지난 1998년부터 해마다 서너차례씩 집중단속기간을 정해 무인도서에서 낚시하는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단속의 근거는 경상남도 고시 1998-30호로서, 통영해경과 경상남도가 논의를 거쳐 만든 행정명령이라고한다.

원칙도 타당성도 없는 단속

통영 해경의 무인도서 하선 단속은 원칙도 타당성도 없는 행정편의주의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갯바위낚시를 단속하지 않던 소매물도 등대섬에 대해 최근 단속을 시작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섬은 소매물도와 연결된 곳으로 취급됐으나, 금년 1월 통영시 지명위원회에 의해 ‘등대도’라는 독립된 섬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했고, 곧이어 국립지리원 공인 지도에도 독립된 섬으로 등재됐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이 과정에서 이 섬은 독립된 무인도라는 이유로 졸지에 단속 대상이 돼버렸다. 4년전에 고시된 예외 지역에 들어있는 섬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유인도(소매물도)’여서 낚시를 할 수 있었던 섬이 갑자기 ‘무인도(등대도)’가 됐다는 이유로 금지구역이 돼버린 셈이다.
국도의 경우도 어이없는 단속이 이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국도와 불과 20여미터 밖에 떨어져 있는 칼바위를 비롯한 부속여에서는 낚시를 할 수 없고, 본섬의 직벽에서는 낚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위험하기로 따지면 본섬 직벽이 칼바위보다 훨씬 더 하지만, 본섬은 유인도라 괜찮고, 칼바위는 부속여라 안된다는 식이다. 야영여건이 좋아 여름 대물낚시터로 유명한 간여에서 낚시를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통영 해경과 경남도의 고시를 따르자면, 현재 낚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은 모두 낚시금지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 참돔낚시터로 유명한 안장덕, 나무여, 안경섬 등은 물론이고, 겨울 감성돔낚시터로 각광받고 있는 구을비도 역시 낚시 금지구역이다. 다시 말해 1998년 이후 그런 곳에서 낚시를 한 모든 사람들은 잠재적으로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며, 또 언제든지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현실성이 떨어지는 행정당국의 단속에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낚시금지구역’에 손님을 내려줬다가 단속에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하는 낚싯배들은 조금 위축될 지 몰라도, 낚시인들 중에서 이런 조치 때문에 자신의 자유가 침해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통영 해경의 조치는 힘없는 낚싯배들만 못살게 구는 결과를 낳고 있을 뿐 정작 낚시꾼들의 안전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실효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행정당국이 협의를 거쳐 만든 ‘고시’를 무조건 잘못됐다고는 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배경이 진정 낚시인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행정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골치 아픈 사고가 날 지도 모르니까 아예 낚시를 금지시켜버리자는 행정편의주의는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행정당국의 정책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원칙과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통영 해경과 경상남도가 행하고 있는 무인도서 낚시 금지 조치는 원칙과 타당성 중 한가지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무인도라는 이유만으로 낚시를 못하게 하는 것은, 국민들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 행위가 될 수도 있다.

다른 지역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낚시금지구역을 지정해 놓고 단속행위를 벌이는 기관은 통영해경 뿐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여수 해경도 단속 대열에 뛰어들어 낚시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금년 7월에 있었던 낚시인 사망 사고 이후 내려진 이 조치 역시, 특정한 장소를 지정해 무조건 낚시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통영 해경의 행태와 대동소이하다.
현재 여수에서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남면 토명포 입구 등대, 광도 소두럭여, 광도 대두럭여, 모기여, 반여암, 술대섬, 검등여, 대암, 나무여, 역만도 등대 앞 암표 등이다. 아직 몇곳 되지는 않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갯바위낚시터들이 금지구역으로 묶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여수 해경의 낚시금지구역 지정은 여수시 고시 2002-130호에 근거해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고시는 낚시어선업법 제14조를 근거로 하고 있으며, 계도기간이 끝나는 10월 1일부터 집중적인 단속을 벌일 예정에 있다.
통영에 이어 여수 해경까지 낚시금지구역을 설정하고 단속에 뛰어든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완도, 목포, 부산, 인천, 어떤 지역에서 이런 일이 이어질 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앞으로 낚시 금지조치가 도미노처럼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바다낚시는 씨가 말라버릴 위험까지 있다. 현재 금지구역으로 묶여 있는 곳들이 하나같이 소위 명포인트로 불리는 곳들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사실 갯바위낚시가 잘 되는 포인트들은 대부분 무인도에 있다. 또한 유무인도를 모두 다 합해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바다낚시꾼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포인트는 모두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어버린다면, 바다낚시계의 앞날은 암담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자유가 최우선인 일본의 갯바위낚시

일본에서는 갯바위낚시를 즐기는 데 따르는 제한이나 단속이 단 한가지도 없다. 심지어 주의보가 떨어진 상황에서도 낚시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낚싯배를 타고 나갈 수 있다.
본지와 기사 제휴를 하고 있는 주간 츠리 선데이 편집장 히라이 타다시(平井忠可)씨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무인도는 물론 간출여라 하더라도 안전을 이유로 낚시를 금지시키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고 한다. 심지어 간출여에서 야영을 하며 밤낚시를 한다 해도 그것을 행정당국이 단속할 수는 없다고 한다. 낚시인이 어떤 곳에 내려 낚시를 하건, 낚시인 자신이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내렸을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단속하느냐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그런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에서는 심지어 주의보가 떨어진 상황에서도 낚싯배 출항 여부는 선장 재량에 달려 있지 행정당국이 출항을 제지하거나 단속하는 일은 없다. 선장이 보기에 사고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출항하지 않는 것이고, 괜찮겠다고 여겨지면 손님을 싣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안전한 내만 포인트로는 얼마든지 낚싯배를 타고 나가 낚시를 즐길 수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만약 갯바위에서 낚시인이 사고를 당하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낚시인 자신의 책임이라고 한다. 선장은 배 안에서 일어난 일만 책일질 뿐, 갯바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까지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다만, 주의보가 내리거나 날씨가 갑자기 나빠졌을 때 일찍 데리러 오지 않아서 사고가 났을 때는 선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다. 또한 모든 낚싯배는 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있으므로 보상 문제로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남의 양어장에서 몰래 낚시하는 것을 제외하면 어떠한 제한도 없다. 심지어 개인 소유 섬이라 해도 낚시인들이 갯바위에 내려 낚시를 하는 것을 섬 주인이 막을 수 없다. 다만 섬 주인의 허락 없이는 섬 안쪽으로 200m 이상 들어갈 수 없다는 제한만 있을 뿐이다.
“자기 나라 국민이 자기 나라 땅에서 낚시를 하는 데 단속이나 제한을 하다니요? 이해 할 수 없는 일이군요.”
일본 주간 츠리 선데이 편집장 히라이 타다시(平井忠可)씨의 말이다.

[2002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