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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1-18 15:30
전국적 낚시공원 조성 붐,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글쓴이 :
조회 : 1,535  



전국적 낚시공원 조성 붐,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전문성 부족, 주먹구구식 운영… 낚시공원에 ‘낚시’는 없고 ‘어촌계’와 ‘공무원’만 있다

전국적으로 낚시공원 조성 붐이 일고 있다.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사례만 취합해도 3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규모도 엄청나다. 예산 규모가 보통 40~50억원이고 100억원이 넘는 지역도 여럿 있다. 대충 계산해도 전국적으로 2,000~3,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낚시공원 조성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낚시계 입장에서 낚시공원 조성은 반가운 일일 법하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는 낚시공원 조성사업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한숨이 절로 나올만큼 한심한 사례도 있다. 자칫하다간 낚시계가 요구하지도 않았던 낚시공원 사업으로 인해, ‘낚시 때문에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을 뒤집어 쓸 우려마저 있다.
‘낚시’는 없고 ‘어촌계’와 ‘공무원’만 있는 ‘낚시공원’.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월간 바다낚시 & SEA LURE’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전국 낚시공원 사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낚시인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는 낚시공원이 조성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더불어 대안 마련을 위한 기사를 연속 게재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과 낚시공원 사업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만약 어느 기업이(법이 허용한다는 가정 아래) 1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자해 바다에 낚시공원을 만든다면 기대 매출이 얼마나 될까?
통상적인 은행 이자만 생각해도 1년에 최소 5~6천만원은 잡아야 하므로, 인건비와 관리비 및 감가상각비용을 생각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1년에 1억원 이상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야지만 이같은 사업이 가능할 것이다.

울주군 송정리 해상유료낚시터

울산 울주군 송정리 해상에는 울주군에서 만든 해상 유료낚시터가 있다. 사업비 9억3천6백만원이 투입된 이 시설은 지난 2009년 10월 9일 개장한 이후 송정리어촌계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송정리 해상 유료바다낚시터는 송정항 한가운데에 물에 뜨도록 만든 상자형 부체(28m×50m)를 설치한 시설물로, 주변 물속에는 어초가 투입돼 있고 볼락, 우럭 같은 정착성 어종이 주로 방류돼 있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송정리어촌계에서 운영하는 배를 타야 하며, 입장료는 낚싯배 이용료를 포함해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5천원이다.
울주군청 축수산과에서는 시설물이 송정리어촌계 공동어장 구역에 있어 송정리어촌계가 운영권을 갖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울주군청은 송정리어촌계와 2년 계약을 맺었으며 임대료는 연 600만원이다. 계약이 끝나는 2011년 10월에도 송정리어촌계가 우선 협상권을 갖지만, 만약 운영할 생각이 없을 경우 제2의 사업자가 운영권을 확보할 수도 있다.
울주군 송정리 해상유료낚시터는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낚시공원들에 비하면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낚시공원사업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문제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조성될 다른 지역의 낚시공원들 역시 똑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규모가 크면 클수록 입지 선정 및 설계 문제, 운영 및 관리 문제, 수익 배분 문제, 지속 가능성 여부, 예산낭비 논란, 특혜 시비 등 각종 문제점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송정리 유료낚시터’는 모든 낚시공원의 문제

울주군 송정리 해상 유료낚시터의 운영실태를 들여다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9억3천6백만원(인공어초 조성사업 포함)이라는 군비를 들여 만든 이 시설의 임대료가 1년에 600만원이라는 점부터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은행 이자의 1/10도 안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설이 없는 타 지역과 형평성 문제와 특혜 논란도 빚어질 소지가 있다. 하지만 어차피 어촌소득 향상을 위한 어촌관광단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시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부분은 그냥 묻어둘 수도 있다.
문제는 막대한 군비가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낚시인들을 불러 모아 어민소득을 높인다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는 커녕, 임대료도 지불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출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이용객 수가 너무 적어 마치 시설물이 방치된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해당 지자체와 운영주체인 어촌계가 낚시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판단된다.
우선 송정항은 낚시인들이 선호하는 고급어종이 원래 잘 낚이지 않는 곳이다. 이런 곳에 인공어초 몇 개 갖다 놓는다고 물고기들이 모여들지는 않는다.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준으로 이 지역으로 결정됐는지 몰라도, 사전 조사가 매우 부실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운영과 관리에 관한 문제도 사전 검토가 부족해 보인다. 송정리어촌계는 미역 ㆍ다시마 양식, 우럭 양식 등으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때문에 수익성이 검증되지도 않았고 자신들의 자본과 노력이 전혀 투자되지도 않은 유료 바다낚시터 운영에 적극성을 띠지 않는 게 현실이다. 송정마을 어민들 사이에서는 해상 유료낚시터 관리를 서로에게 떠밀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이같은 상태에서는 앞으로 시설물을 유지·보수할 필요가 생겼을 때 비용 부담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현재 송정리 해상유료낚시터는 수익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이 사업의 지속성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수익이 없으면 위에서 말한 유지·보수 문제 때문에라도 언제든지 흉물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하지만 부근에 있는 송정항방파제는 많은 낚시인들이 찾던 곳이다. 방파제보다는 인공어초가 심어진 해상의 낚시여건이 더 좋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홍보와 마케팅 전략이 뒷받침된다면 얼마든지 많은 낚시인을 유치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송정리 해상유료낚시터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홍보활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디낚(www.dinak.co.kr)’ 같은 낚시 포털 사이트에 꾸준하게 조황 소식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홍보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어촌계 주민들이 낚시에 대해 무지한 탓에 이런 활동이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비스 만족도에 비해 이용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점도 문제다. 송정리 해상유료낚시터에서는 볼락, 우럭, 도다리, 망상어 같은 생활낚시 대상어(흔히 말하는 잡어)가 주로 낚인다. 인공어초를 투입하고 방류한 볼락과 우럭도 크기가 너무 작아 낚시인들의 관심을 끌기엔 부족하다. 조그만 우럭 몇 마리를 낚으려고 입장료를 2만원(성인기준)이나 내고 유료낚시터를 찾을 낚시인들은 많지 않다.
‘낚시공원’은 근본적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생활낚시’를 추구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4인가족 기준으로 최소 5~6만원에 이르는 입장료를 내야 한다면 이용률이 높아질래야 높아질 수가 없다. 차라리 그 돈으로 횟집에 가는 게 더 싸게 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낚시인들도 외면하고 가족단위 생활낚시도 활성화되지 못하는 낚시공원은 존립기반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두리를 만들고 그곳에 감성돔, 참돔, 농어 같은 이른바 고급 어종을 풀어 놓는 등 시설물의 구조와 서비스의 내용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그보다는 차라리 입장료를 내려 낚시인을 많이 유치하고, 낚시 미끼 및 용품, 간단한 식사와 간식, 커피나 음료수 등을 판매하는 매점을 부대사업으로 운영하는 것이 매출 증대와 어민 소득 향상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어자원 증대를 위한 노력과 꾸준한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다.

‘낚시’를 죽이는 낚시공원

현재 지자체에서 조성해 지역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낚시공원은 울산 울주군 말고도 전남 장흥군과 경남 통영시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주군 송정리 해상유료낚시터를 특정하여 예를 드는 이유는, 낚시공원 사업의 가장 나쁜 예를 이 곳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정리어촌계에서는 2009년 해상 유료바다낚시터를 개장하면서, 부근에 있는 송정항 방파제에 철문을 설치하고 입장료를 2만원씩 징수하며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명목상으로는 해상유료낚시터에 방류한 물고기들이 방파제에서도 낚일 수 있다는 이유지만, 그보다는 방파제 낚시를 금지하면 그곳으로 오던 낚시인들이 해상유료낚시터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다는 분석이 더 타당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자유롭게 출입하던 공공 시설물인 방파제를 일방적으로 출입통제함으로써 낚시인들에게 큰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물론, 이 지역에 대한 나쁜 여론이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돼 낚시인 방문자 수가 이전보다 줄어드는 역효과만 나타났다. 이는 낚시인들의 정서와 낚시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낚시를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 생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송정항 방파제 출입 통제는 ‘낚시공원’이 어떻게 ‘낚시’를 죽이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낚시공원’이 생김으로써 ‘낚시인’들이 갈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례가 전국적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나라에서 낚시가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민·낚시인 공존하는 ‘사업모델’ 필요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낚시공원 사업이 어민소득 증대를 위한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정작 낚시를 하는 낚시인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오로지 어민과 어촌계의 수익사업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낚시공원’을 통해 어민 소득을 증대시키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낚시인들이 그곳을 많이 찾도록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따라서 낚시공원을 조성할 때는 어민 뿐 아니라 낚시인들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낚시공원은 해당 지자체의 몇몇 어촌계와 담당 공무원들에 의해서만 모든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낚시공원’이라는 가면을 쓰고 ‘낚시’를 죽이는 일조차 서슴치 않고 벌이고 있다.
낚시인들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어민(어촌계), 어민들의 민원은 무서워도 낚시인들의 요구에는 귀를 닫고 있는 담당 공무원들. 낚시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추진되는 낚시공원은 낚시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낚시공원 사업을 추진하는 모든 지자체는 어민과 낚시인 모두가 공존하고 만족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고민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