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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1-18 15:28
이제 모든 바닷가는 어촌계가 접수한다?
 글쓴이 :
조회 : 1,293  

이제 모든 바닷가는 어촌계가 접수한다?

유어장 지정 남발로 갯바위, 방파제까지 유료낚시터화… 낚시인 등 돌리면 낚시업자 물론 지역경제까지 ‘직격탄’

평소 즐겨 찾던 갯바위와 방파제가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유료낚시터가 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너무 황당해서 말문이 막혀버릴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 요즘 바닷가 곳곳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어촌계 주민들이 ‘유어장’이라는 이름으로 낚시구역을 정하고, ‘입어료’라는 명목으로 돈을 걷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낚시인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유어장과 입어료는 과연 정당한 것일까?


어촌계에서 유어장을 지정하고 그 안에서 입어료를 받은 행위는 법적인 근거가 있다. 수산업법 제65조(유어장의 지정 등)에 따르면 어촌계, 영어조합법인 또는 지구별수협은 어업인의 공동이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그 어촌계, 영어조합법인 또는 지구별수협이 면허받은 어업과 허가받은 어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어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그 수역의 일정 구역에 대하여 시장ㆍ군수ㆍ구청장으로부터 유어장(遊漁場)(체험학습이나 낚시 등 관광용 어장을 말한다)을 지정받아 운영할 수 있다. 또 유어장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농림수산식품부령)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유어장 지정 신청을 받은 때에는 현지 조사를 하고 적합여부를 심사하여 이에 적합한 경우에는 유어장 지정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어민의 공동 이익을 위해 어촌계에서 일정 요건을 갖추어 유어장 지정을 신청하면 기초자치단체장은 조사와 심사를 거쳐 지정하도록 돼 있다.

선만 그으면 유료낚시터?   

최근 유어장 지정을 두고 어촌계(어민)와 낚시업자(낚시인)사이에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어민들은 유어장 운영을 통해 낚시인들에게 입어료를 징수하려고 하는데, 대다수 낚시인들은 돈을 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맞서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어장 지정 신청 건수가 급증하고 지역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어장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해상에 가두리나 축제식 시설물을 짓고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이용료를 징수하는 것과, 마을 공동어장의 일부를 유어장으로 지정하고 그 곳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에게 청소비나 입어료 명목으로 돈을 받는 방식이다. 전자는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해상 유료낚시터(각종 어촌 체험장 포함)를 말하는데, 자본이 투자된 시설물에 대해 방문자의 자유의지에 따라 이용 여부를 선택하면 되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마찰이 끊이지 않는 것은 후자의 형태다. 어촌계가 소유한 마을어업 면허 구간의 일부(최대 50%)를 유어장으로 지정하면 그 안에 포함되는 모든 갯바위에서는 돈을 내야만 낚시를 할 수 있다. 심지어는 항만청 관할의 공공시설물인 방파제조차도 마을어업권내 유어장 지정면적에 포함되면 입어료를 내야 한다. 쉽게 말해 어촌계에서 일방적으로 선을 그으면 그 순간부터 유료낚시터가 되는 셈이다.
어촌계에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유어장을 지정받은 만큼, 입어료를 걷는 게 당연하다고 얘기하지만 낚시인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이전까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낚시하던 곳에서 갑자기 돈을 내라고 하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겠냐는 반응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어장 문제를 두고 어민과 낚시인들 간에 다툼이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때로는 마찰이 격화돼 어촌계에서 아예 낚시를 통제하거나 해당 지자체에 민원이 빗발치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양자 모두에게 원성을 듣는 꼴이 돼 버렸다. 

유어장 지정 남발 우려  

더 큰 문제는 어민들과 낚시인들 사이에 소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유어장 지정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어장 지정을 받기만 하면 무조건 돈이 된다는 인식이 어민들 사이에 팽배하면서, 최근 1~2년 새 어촌계의 유어장 지정 신청 건수가 2배 이상 늘었다. 어촌계 한군데서 유어장 두 곳을 운영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이는 비단 특정 지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바닷가, 특히 낚시인들의 발길이 잦은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낚시인들 사이에서 ‘이제 우리나라 바다는 어촌계가 완전히 접수해 전국이 유료낚시터가 되는 건 시간문제’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낚시인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보는 어촌계의 잘못된 시각이 원인이겠지만, 실제로 가장 큰 문제는 지자체에서 유어장 지정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신청만 하면 다 된다’는 이야기가 나돌까. 해당 공무원들은 허가제가 아닌 이상 요건을 갖추면 특별한 사유 없이 지정을 거부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사전 조사 및 심사, 사후 점검 철저해야

관련 법규에 따르면 다음 각 항목에 대한 적합성을 심사해 유어장 지정여부를 결정토록 돼 있다. 
법규 내용에 다소 추상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상의 기준만이라도 엄격하게 적용해 실사와 심사를 한다면 부적격 사례를 얼마든지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지자체장은 유어장의 안전을 위해 매년 1회 이상 점검을 하도록 돼 있고, 관련 규정을 위반한 때는 유어장 지정을 취소할 수 있으므로 유어장 지정 이후 관리와 점검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유어장을 운영하는 궁극적인 목표인 ‘어민 소득 증대’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엄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돈이 될 줄 알고 유어장으로 지정을 받았다가 낚시인들에게 외면 받으면서 별다른 성과도 없이 수년째 방치돼 있는 유어장이 한 두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유어장이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의 ‘신청-지정’제를 허가나 등록제로 바꿔 요건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아니면 유어장 지정 권한을 기초자치단체장이 아닌 광역단체장이나 장관에게 두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얼마 전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를 통과한 낚시관리 및 육성법에 유어장을 낚시터업에 포함시키고 허가제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추후에는 지금보다 유어장 설치 기준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다만 장래에 유어장 설치가 까다로워질 것에 대비해 서둘러 지정을 받으려는 시도가 잇따를까 우려된다.

낚시업자 직격탄 

지역에서 낚시점이나 낚싯배를 운영하고 있는 낚시업자들은 그 지역 낚시터를 찾는 사람들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어민들의 소득 증대를 꾀한다는 목적으로 낚시터를 유어장으로 묶어버린다면 실로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어촌계 사람들에게 유어장은 ‘부수입’을 주는 공간일 뿐이지만, 낚시업자들에게 낚시터는 생존이 걸린 삶의 터전이다. 똑같은 바다지만 거기에 유어장을 만들어 놓고 돈이 되면 재수고 안 되도 손해 볼 건 없다는 식의 사람들과, 생계가 걸린 사람들 중에 누가 더 존중돼야 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후자에게 일방적인 피해를 강요하는 건 죽으란 소리와 다를 게 없다. 낚시업자들과 그 가족들은 지역 주민이 아니란 말인가? 
우리나라에는 바다를 끼고 있는 마을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어촌계가 조직돼 있다. 그들이 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도 나도 유어장을 신청하고, 지자체에서 덩달아 지정을 남발한다면 낚시업자들이 설 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국에 들어선 수많은 유어장 중에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그보다는 찾는이가 없어 제대로 운영조차 되지 않는 곳이 훨씬 더 많다. 특히 시설 투자도 하지 않고 갯바위나 방파제에 구역만 설정해 놓고 입어료를 받겠다는 식의 유어장은 말 그대로 ‘푼돈벌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 과연 유어장을 찾는 소수에게 입어료 몇 푼 받는 것과,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낚시하도록 놓아두는 것 중 어떤 게 지역 경제에 더 도움이 될까? 두 말할 것도 없이 후자다.
낚시를 다니는 사람들의 씀씀이는 일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관광객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낚시하는데 지불하는 비용 외에도 주유대, 식대, 숙박비, 지역 특산물 구입비 등 다양한 항목에 걸쳐 만만찮은 돈을 쓴다. 그렇다면 낚시인들이 유쾌한 마음으로 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한 사람이라도 많이 오게 하는 것이 지역 경제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괜히 청소비니 입어료니 하며 푼돈 받으려다 낚시인들의 발길이 줄어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소탐대실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