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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26 13:24
“어족자원 훼손이 낚시 때문이라고?”
 글쓴이 :
조회 : 1,048  

 

‘참여정부’에서 낚시꾼은 왕따?

새정부 출범과 함께 낚시면허제 또 논란
“어족자원 훼손이 낚시 때문이라고?”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새정부 출범 벽두부터 낚시계가 분노와 배신감이 뒤범벅된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낚시가 정치와 어떤 관련이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해양수산부가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정책 하나 때문에, 온 낚시계 구성원들은 마치 군사독재정권의 탄압을 받던 민주화운동 활동가 같은 심정이 되고 말았다.

낚시면허제 논란 어제 오늘 일 아니다

낚시면허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낚시면허제에 관한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1992년이다. 그해 8월에 환경처(현 환경부)에서 면허료 징수를 골자로 하는 낚시면허제 도입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이 발표는 환경관련법규로 낚시를 규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같은 해 12월에 백지화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낚시면허제 논의는 1995년 다시 등장했다. 그해 5월에 환경부가 1992년 당시와 비슷한 내용을 언론에 발표했다가 흐지부지 된 바 있으며, 1996년 4월엔 국무총리실에서도 상수원 보호를 이유로 낚시면허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같은 달 환경부에서 다시 한번 비슷한 내용을 발표했고, 같은 해 11월엔 낚시면허제 실시 조항이 들어있는 호소수질관리법안을 입법예고까지 했다.
이에 앞서 1994년에는 당시 수산청(현 해양수산부)에서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에 신고를 해야 하는 낚시신고제를 도입하려다, 국민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재정경제원의 반발에 부딪혀 백지화한 적도 있다.
한편 1996년에는 낚시면허제를 둘러싸고 환경부와 수산청이 서로 자기 소관이라고 줄다리기를 벌이기도 했다. 환경부에서는 낚시면허제 도입 배경은 어종 및 수질보호에 있으므로 당연히 ‘수질환경보전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수산청은 ‘수산업법’에 관련규정을 둬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당시는 각 낚시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던 시기였다. 직접적인 당사자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법안을 두고, 정부 부처끼리 서로 자기 소관이라며 마찰을 일으키고 있었던 셈이다. 당시 이 일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행정부처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아냥까지 받기도 했다.
이후 낚시면허제 논의는 잠시 잠잠해지는 듯 했으나, 1999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낚시면허제 도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1999년 2월엔 강원도에서 춘천호와 소양호의 낚시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낚시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2000년 1월엔 낚시면허제 도입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발표도 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엔 서울시가 한강변에 대해 낚시면허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대여론에 번번이 정책 추진 백지화

앞에서 다소 길게 살펴본 바와 같이 낚시면허제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벌써 10년 넘게 똑같은 논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발표된 낚시면허제 도입안은 그때마다 낚시계를 필두로 한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곤 했다.
이처럼 낚시면허제 도입이 번번히 무산됐던 이유는, 면허제를 도입할 만한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국민적인 레저인 낚시를 규제하기에는 행정부처에서 주장하는 도입 근거가 너무나도 빈약했던 것이다. 
수질오염 때문에 낚시면허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른 더 큰 오염원을 그대로 둔 채 국민적인 레저만 규제할 수 없다는 논리에 밀렸고,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낚시면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불법어로행위와 환경파괴가 더 큰 원인이라는 반발 앞에서 힘을 잃었다. 또한 서민들의 레저인 낚시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대여론도 정책 도입을 억지로 추진하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최근 추진되고 있는 낚시면허제 도입안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전에 발표됐던 내용들을 보면 한결같이 ‘내년부터’ 또는 ‘이른 시간 안’에 실시한다고 돼있다. 도입 근거를 제시한 것도 아니고 타당성 조사를 했다는 말도 없이, 그저 언제부터 시행할 계획이라는 발표만 있었을 뿐이다.
낚시면허제가 반대논리에 부딪힐 때마다 백지화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처럼 근거도 부족하고 타당성을 설명할 방법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낚시면허제 도입안은 상당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해양수산부가 낚시면허제 도입과 타당성 검토를 위한 용역을 의뢰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시기는 2001년 9월이었다. 이후 10월엔 한국수산회에 용역을 의뢰해 2002년 4월까지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발표까지 했다.
이번에도 낚시계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반대의견을 내놓자, 낚시면허제 논란은 잠시 수면 아래로 들어가는 듯 했다. 해양수산부가 의뢰했던 용역 결과는 발표 당시 시한인 2002년 4월에서 1년도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의 낚시면허제 도입 추진이 취소된 것은 아니었다.

손바닥 뒤집듯 약속 어긴 정부

지난 2월 14일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낚시단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낚시면허제 도입 관련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낚시단체는 한국프로낚시연맹, (사)한국낚시진흥회, (사)한국낚시연합, (사)한국낚시업중앙회였다. 각 단체 대표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낚시면허제 도입 반대 의견을 밝혔으며, 4개단체 공동으로 반대건의문까지 제출했다.
이날 토론회의 결론은 향후 공청회 및 간담회 등을 통해 낚시계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기회를 가지고 난 후 도입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결론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 3월 4일 벌어지고 말았다. 각 언론매체에 일제히 낚시면허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보도된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올해부터 내년 말까지 낚시면허제 모델 개발 및 국민공감대를 형성한 뒤, 2005년에는 낚시면허제 실시에 따른 근거법령을 제정하고, 2006년 부터 면허제를 본격 시행할 방침이라는 것이었다.
이같은 사실이 보도된 이후 각 낚시단체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있었던 토론회 결정 사항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표였기 때문이다. 토론회가 있은 지 불과 20일만에 일방적으로 전면 실시를 발표한 것도 말이 안되는 일이지만, 토론회의 결론이었던 공청회나 간담회를 단 한차례도 열지 않고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어긴 정부에 대해 분노와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낚시면허제반대투쟁위원회 결성

해양수산부의 일방적인 발표가 있은지 하루 뒤인 3월 5일 (사)한국낚시진흥회 사무실에서는 주요낚시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국 모든 낚시단체가 참여하는 가칭 ‘낚시면허제반대투쟁위원회’를 결성해, 낚시인 모두가 참여하는 반대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하기로 하고, 가까운 시간 안에 공식적인 조직을 발족시키기로 결의했다. 이같은 결정은 지금까지 진행된 낚시면허제 관련 대응방침 중 가장 강경한 것으로, 앞으로 낚시계 전체가 나서는 총력 반대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해양수산부의 발표가 나온 직후부터 낚시 관련 인터넷 사이트마다 반대 의견이 봇물을 이뤄, 낚시계의 반대투쟁이 가시화됐을 때 엄청난 폭발력을 보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낚시계 저항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

낚시면허제 도입이 거론될 때마다 낚시계가 거세게 저항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억울하기 때문이다. ‘어족자원 훼손’이 낚시 때문이라는 정책입안자의 발상도 기가 막히지만, 어판장마다 널려 있는 불법 어획물들을 모르는 체 해온 행정당국이 그 책임을 낚시인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하는 데 대해 더 분노하는 것이다.
낚시인들은 온갖 불법 어로행위가 판치는 한쪽에서 바다를 살려보겠다고 성금을 모아 치어를 방류는 사람들이다. 고기가 없으면 낚시도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족자원이 줄어들어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지, 결코 어족자원을 말살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낚시 열번 가서 한두번 손맛 보기도 어려운 현실이 안타까워, 어떻게 하면 바다를 살릴까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다. 어린 고기는 살려주고 낚시터도 청소하며 알뜰살뜰 자연과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난데 없이 당신들 때문에 어족자원이 말살되고 있다고 하니 그보다 억울한 일도 별로 없을 듯 싶다.
수질오염 문제를 낚시 탓으로 돌리는 데 대해서도 똑같은 심정이다. 낚시인들은 수질오염 문제에 대해서 심각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이루어지는 대규모 개발과 그에 따른 환경파괴로 인해 낚시할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수질오염의 책임을 낚시인들에게 묻는 것은, 마구잡이로 때려 놓고는 손 아프다고 치료비 내놓으라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낚시인들이 느끼는 이같은 억울함은 앞으로 심각한 저항으로 이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것은 단순히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는 데서 생기는 저항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만약 정부가 낚시면허제 도입을 강행하려 한다면, 500만 낚시인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범낚시계의 저항을 쉽게 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도 이처럼 일방적으로 낚시 정책을 발표하고 추진한 적은 없다. ‘참여정부’가 출범하자 마자 불거져 나온 낚시면허제 시행 발표는, 그래서 더 큰 배신감을 낚시인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부디 이번 발표가 해양수산부 내부에서 추진하던 일정과, 새정부 업무 인수과정이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우연히 나타난 혼선이길 바란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

[2003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