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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1-18 11:52
돌담길 따라 온정이 흐르고 해안 따라 생명이 숨 쉬는 곳 천혜의 섬, 청산에 살어리랏다!
 글쓴이 :
조회 : 3,540  



돌담길 따라 온정이 흐르고 해안 따라 생명이 숨 쉬는 곳

천혜의 섬, 청산에 살어리랏다!


산과 물이 모두 푸르다하여 이름 지어진 섬 청산도. 완도에서 19.7km, 뱃길로 45분 정도를 달리면 제법 규모가 큰 섬이 보입니다. 배에서 내리면 조그만 어판장에 갓 잡아온 농어가 펄떡이고 해녀의 휘파람소리를 담은 자연산전복이며 소라가 꿈틀거리며 입맛을 당기게 합니다. 줄줄이 이어진 생필품가게, 다양한 음식점 앞에서 크고 작은 선박이 출항을 준비합니다. 섬의 꼭지점에 청산농협이 있고 여기서 좌측이 지리, 국화리, 진산리 방면이고, 우측 광장에 보건소, 복지회관, 파출소가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50m 정도 떨어진 곳에 보이는 청산도 섬낚시, 필자는 이곳에서 청산도를 찾는 이들을 맞으며 바다 상황을 알리고 꾼들을 낚시 포인트로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1.
꾼이라면 누구나 겪는 낚시병, 필자 또한 심각한 낚시병을 앓고 있습니다. 20여 년 전, 얼떨결에 걸려든 큼직한 감생이 한 마리 때문에 평생을 질질 끌려 다니며 모진 인연에 이토록 시달려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눈 감으면 수면에서 동동거리던 찌가 물속으로 스물스물 잠기고, 꿈만 꾸면 낚싯대를 움켜쥐고 실랑이를 하고, 그러다 아스라한 손맛이 전신으로 퍼지기라도 하면 증상이 더욱 심해지더군요.
감생이 입술에 콱 박힐 것 같은 실버칼라의 예리한 바늘을 묶고, 살짝만 건드려도 쭉~ 빨려드는 소형 타입의 찌를 달고, 한 주걱만 뿌리면 저 멀리 10여km 밖에 있는 참돔, 돌돔, 감성돔을 불러들인다는 신비한(?) 밑밥을 구해 와, 이 불치의 낚시병을 고치기 위해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비와 바람조차 느끼지 못한 체 여기저기 찾아다니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섬 청산도!
그 후 10여년을 드나들다가 결국 이곳에 ‘약방’을 차리고 나 자신을 포함해 심각한 낚시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약’을 파는 약사가 됐습니다. 치료에 필요한 상담을 하고 문의를 받으며, 증상에 따라 처방하고, 물 맑고 공기 좋은 갯바위로 보내는 게 제가 주로 하는 일입니다.
어떤 이는 며칠 치료를 받으니 매우 좋아졌다고 합니다. 또 누구는 치료 후 가중된 스트레스에 탈진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약효가 전혀 없다고 항의하는 사람도 더러 있습니다.
낚시병은 감염되기는 쉬우나 치료는 매우 어렵습니다. 현대의학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합니다. 다만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할 따름이지요.

#2.
해안선 길이 42km, 면적 33.28제곱킬로미터, 청산도 본섬에 있는 18개리와 여서도, 대모도, 소모도까지 행정구역상 청산면에 포함됩니다. 한때는 1만5천명까지 살았다는데 인구가 계속 줄어 현재는 2천8백5십여명이 자연이 빚어낸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 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청산도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가 촬영된 이후부터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KBS 2TV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봄의 왈츠’의 주 배경이었던 오픈 세트장이 세워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으며, 2007년 4월 5일에는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됐습니다. 그리고 2007년 12월 1일에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3.
‘슬로시티’는 1999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그레베에서 당시 시장으로 재직중이던 파올로 사투르니씨가 마을사람들과 세상을 향해 ‘천천히 느리게 살자’고 호소한데서 비롯됐습니다. 과거와 현대의 조화를 통한 ‘느리지만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환경, 자연, 시간, 계절을 존중하고, 나 자신을 존중하며 느긋하게 사는 것을 지향하는 운동으로, 느림의 미학을 통해 앞만 보고 치닫고 살아온 지난 세월을 조용히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는 것입니다.
청산도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되었으며 그 일환으로 섬내 도로가 ‘슬로길’로 지정됐습니다. 그중에서도 서편제 촬영지에서 봄의 왈츠 세트장을 지나 화랑포 땅끝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가며 남해바다의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 최고로 꼽힙니다.
잠시 화랑포 갯바위를 소개하겠습니다. 이곳은 조류 소통이 좋아 참돔, 혹돔, 감성돔이 잘 낚이며 가끔 감성돔채비에 돌돔이 출몰하기도 합니다. 2009년에 필자가 화랑포에서 낚은 대물감성돔이 어찌나 쿡쿡 처박던지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길을 따라 반대편으로는 멀리 권덕리와 범바위가 보입니다. 물밑이 수심 7~8m인 여밭으로 형성된 포인트로서 감성돔은 물론 농어루어낚시도 잘 되는 곳입니다. 단점이라면 남동이나 남서풍이 불 경우 바람 영향을 직접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화랑포를 한바퀴 돌아 나오면 구장리 몽돌밭으로 이어지는 해변 슬로길이 있고, 그 옆에 짚을 쌓아 만든 초분이 눈길을 끕니다. 옛날 상주가 고기잡이를 나간 사이에 갑자기 상을 당하거나 죽은 즉시 매장하는 게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될 때, 또는 뼈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민간신앙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라 합니다. 참고로 청산도에서는 지금도 초분의 풍습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4.
지형이 다양한 다른 섬과는 달리 청산도는 42km에 이르는 해안선 전역이 갯바위로 형성되어 있는 덕분에 웬만한 곳에서는 야영낚시나 도보낚시가 가능합니다. 섬 내에서 따로 운항하는 종선은 없고, 현지 주민의 작업용 배를 이용해 갯바위에 진입하거나 선상낚시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 외에는 운동 삼아 10여분 정도 걸어 내려가서 낚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상어종은 볼락, 우럭, 놀래미 등 잡어부터 상사리, 참돔, 돌돔, 감성돔 등 인기 어종까지 다양하며, 여름에는 루어낚시에 대형농어와 참치가 곧잘 낚입니다.
초봄에는 수심이 얕고 수중여가 잘 발달한 국화리, 지리, 도청항 등대 부근, 도락리 일대가 좋으며,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수심이 다소 깊고 물곬이 발달한 화랑포, 권덕리, 벼락바위 일대가 좋은 조황을 보입니다. 가을부터 한겨울까지는 권덕리, 벼락바위, 목섬, 안목섬 일대가 일급 포인트로 손꼽힙니다.
그중 쉽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은 진산리 노적봉 갯바위입니다. 수심은 6~7m 정도이고 조류소통이 좋아 많은 꾼이 좋아합니다. 필자는 약 10여 년 전에 6박7일만 동안 감성돔을 무려 187마리나 낚은 적이 있습니다.

#5.
도청항에서 복지회관을 지나 산 정상까지 가면 오른쪽으로 도락리 마을 전경이 펼쳐지고, 여기서 당리 표지판 부근에서 우회전해 올라가면 임권택 감독이 연출하고 오정해, 김명곤 등이 출연했던 영화 서편제 세트장이 나옵니다. 서편제는 판소리라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우리 민족의 한과 정서를 출중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영화 세트장을 둘러보다 보면 영화에 삽입됐던 진도 아리랑이 산자락을 따라 돌며 귓가에 들려오는듯 합니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헤에에~ ’
봄에는 유채꽃이,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하여 영화 세트장 부근 슬로길의 운치를 더합니다.
당리마을 아래서 송화가 ‘득음’을 위해 피눈물을 흘리며 소리공부를 하는 모습이 뇌리를 스칩니다.
“이년아! 가슴을 칼로 저미는 한이 사무쳐야 소리가 나는 벱이여!”
그 구구절절한 외침을 뒤로 하고 권덕리 갯바위로 달려 봅니다. 청산항에서 약5km 정도 되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리다보면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이 보이고 마을 끝에 있는 방파제를 지나 위쪽으로 난 농로를 따라가면 가슴까지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손에 닿을 듯 말듯한 가까운 거리에 상섬이 눈에 들어오고 멀리는 여서도가 보입니다.
이곳은 주변 수심이 10m 내외로 지형이 직벽을 이룬 포인트가 많으며 마릿수보다는 대물을 노려볼만 합니다. 발판이 좋아 낚시하기 매우 편한 덕분에 자리다툼이 치열합니다. 권덕리방파제는 원투낚시로 잡어를 노리거나 고등어 손맛을 보기에 적합니다.

#6. 
청산도에 난 길은 버스가 다니는 큰 도로 외에는 목적지까지 갔다가 그 길로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제 읍리마을에 있는 고인돌과 하마비를 둘러보겠습니다.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무덤 양식인 고인돌, 그리고 ‘이곳을 지나는 사람은 누구든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하마비! 청산도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인돌을 지나 몇 발작만 더 걸으면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릴 정도인 계단식 논이 차곡차곡 끝없이 이어져 있습니다. 가을에는 주민들이 만들어낸 풍요로움의 결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제가 독자님들을 안내할 최종 목적지가 대체 어디 길래 이렇게 길에서 수다만 늘어놓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곳 청산도는 어차피 ‘슬로시티!’ ‘느리지만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곳, 낚시할만한 갯바위로 ‘쌩~’ 하니 가는 것보다는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천천히 걷는 것이 독자들께도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 갈 곳은 목섬인데요, 중간중간에 보여드릴 것이 많아 쉽게 도착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잔말 말고 빨리 가보자고요?  아 예~ 알겠습니다!

#7.
저는 지금 읍리재를 넘고 있습니다. 보적산 등산로가 앞에 보이는군요. 최고봉인 매봉산(385m)과 대봉산(379m)을 포함해 높이가 300m 전후인 산들이 있어 등산객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걸어서 보적산에 오르면 범바위로 가는 등산로와 연결이 됩니다.
읍리재를 넘으면 동부재입니다. 서부와 동부로 나눠진 행정구역상의 갈림길이지요. 과거 서부는 도청항을 끼고 육지와의 소통이 원활한 일종의 ‘무역센터’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 동부는 서부의 심한 텃세 탓에 다소 괄시를 받았던 곳이라 합니다. 하지만 청산도에서 나는 쌀, 마늘, 콩 등 작물의 80%가 동부에서 생산되므로 농산물을 1년만 방출하지 않아도 서부에서는 육지에서 들여와야 하는 실정이었기에 무조건 큰 소리만 칠 상황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콩밭을 메는 섬마을 아낙을 지나쳐 내리막길에서 직진하면 범바위와 장기미해변으로 접어듭니다. 그 길을 따라 계속오르면 오른쪽이 범바위, 왼쪽으로 장기미 해변입니다. 어느 쪽으로 먼저 가볼까요?
왼쪽에 있는 장기미 해변으로 내려갑니다. 이런! 해변길이 끊겼군요. 매봉산 기슭을 따라 흐르는 물이 남해바다와 만나는 곳. 시원한 계곡에 수박 한 덩이 풍덩 던져놓고 시원해지기를 기다리며 계곡 물에 발을 담급니다. 민물새우와 가재가 제 영역을 지키고자 발등을 쪼아댑니다.
‘요놈들 가만히 있어! 잡아다가 냄비에 넣고 삶아먹기 전에… ’

#8.
손에 닿을듯 말듯한 상섬 직벽 아래서 시꺼먼 돌돔들이 어슬렁거리고 있군요. 와우! 정말 크네요. 얼마나 많이 모여 있는지 도저히 마릿수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중 지느러미에 이끼가 끼어 있고 덩치가 유난히 큰 놈이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아무래도 녀석이 두목인가 봅니다. 몽돌을 문지르는 파도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는 않습니다만 귀를 바짝 세우고 잠시 엿들어보겠습니다.
“동지들!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많은 피서객과 관광객들이 청산도로 몰려온다고 하오. 문제는 해녀들이 손님을 맞기 위해 성게, 전복, 소라를 있는대로 다 따가는 바람에 우리의 먹잇감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의 배고픔을 잘 아는 낚시꾼이 살찐 전복과 성게를 동원해 우리를 유인할 게 뻔하다는 점이오. 작년 이맘때도 수많은 동지들이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꾼들이 내려보낸 소라, 전복, 성게를 탐하다 물밖으로 끌려나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요. 배가 고프고 살기 어려울수록 침착하기 바라며, 만약 꼭 먹어야겠다면 한입에 삼키지 말고 쥐 소금 먹듯 조금씩, 위에서 아래쪽으로 야금야금 먹기 바라오. 이상.”

#9.
이글거리는 돌돔 눈을 피해 범바위로 올라갑니다. 미노우가 지나간 냥 지그재그 모양의 갈지자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보적산이 솟아있고 옆으로는 범 한마리가 웅크리고 있네요. 수정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범바위에 올라서도 아무 일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범을 몹시 흥분하게 만들어 봉변을 당한다는 범바위, 그곳에 이미 많은 사람이 올라가 있습니다. 저도 한번 올라가 보렵니다. 한 발을 디뎠더니 이내 범이 꼬리를 부르르 떱니다. 힘을 실어 한 발을 완전히 올렸더니 범이 눈에 불을 켜고 숨겼던 발톱을 세우며 저를 노려보는군요.
나머지 한 발도 마저 내딛으려니 ‘이 놈이 안되겠군’ 하는 기세로 범바위가 꿈틀대며 일어서려 합니다. 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해 얼른 내려왔습니다.
저는 역시 수정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이 못되는 군요. 하긴 감생이를 그리도 잡어 먹었으니 수정이 어디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기운이 빠진 눈으로 산 아래를 바라봅니다. 멋진 자연 경관과 어우러져 오밀조밀 붙어 있는 권덕리 마을이 한 폭의 풍경화로 다가옵니다.

#10.
돌아보면 세월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어찌어찌 하다보면 하루해가 금새 넘어가고 감생이 몇 번 따라다니다 보면 한 달, 1년이 또 훌쩍 지나갑니다. 잠시 캐롤송이 들리고 새 달력을 받습니다. 그럴 때면 남아넘치는 게 새로운 날들과 시간인거 같은데, 달력을 한 장 두 장 넘기다보면 금새 마지막 장이 손에 잡힙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남은 곳들을 서둘러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상섬에서 돌돔의 말을 엿듣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하는 바람에 이제 바빠졌습니다.
범바위에서 수모(?)를 당하고 곧장 내려와 ‘인재가 많이 나온 마을’이라는 청계리를 지나 신풍리, 백련암, 숭모사가 있는 부흥리를 거쳐 ‘청산에 가서 글자랑 하지 말라’는 말의 본고장인 양지마을에서 연자방아와 구들장 논을 구경합니다. 
여기서 잠깐 옛날 조상님들의 절박했던 삶을 뒤돌아봅니다. 인구는 늘고 식량은 부족했기에 경작하기 쉬운 곳부터 새로운 논과 밭을 일굽니다. 어렵게 산을 깎아내리지만 도무지 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차이는 건 돌덩이뿐… 채우고 깎아내고 다시 쌓기를 반복해 평평해진 돌바닥에 멀리에 있는 흙을 짊어다 메우기 시작합니다. 당시는 한바가지 푹 뜨면 끝나는 포클레인은 물론 달달거리며 굴러다니는 경운기도 없던 시절입니다.
남정네는 지게를 지고 아낙들은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수십리 떨어진 곳에 있는 흙을 이곳으로 날라야만 했습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꼭 필요한 흙을 채우기 위해 수개월의 노동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하여 일궈낸 손바닥만한 논 때기가 바로 ‘구들장 논’입니다. 만약 제게 그같은 숙명적인 과제가 주어진다면 어떨까요? 글쎄요 솔직히 자신이 없네요.

#11.
신흥리 해수욕장의 소나무 숲에 자리잡은 피서객들. 아직은 이른 시기라 사람이 그리 많진 않네요. 어쨌거나 물이 빠져나간 개펄에서 가족끼리 바지락을 캐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습니다. 펄이 많아 하얀 백사장을 구경하긴 어려워도 아이들과 물놀이하며 자연학습을 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 아닐까 싶네요. 지형이 평탄하고 수심이 완만해  위험한 요소도 거의 없습니다.
청산도에서 지리 해수욕장도 절대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빼어난 경관과 아름다운 일몰이 큰 자랑거리입니다. 밀려오는 파도와 노송 사이로 내려앉는 일몰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해수욕장 오른쪽에 보이는 빨간지붕의 민박집 옆으로 걸어가면 수심이 5~6m 정도인 갯바위가 나옵니다. 여기서 인내심을 갖고 부지런히 낚시를 하면 감성돔 손맛을 볼 수 있습니다.

#12.
어딜 가나 낚시 얘기만 나오면 시골장터마냥 시끌벅적합니다.
“요새 뭐 나와요?”
“예~ 다 나옵니다.”
“주로 뭐가 나와요?” 
“원하시는 거 다~ 나옵니다.”
“감생이 나와요?”
“예~ 나옵니다.”
“씨알은요?”
“20㎝부터 5짜까지 나옵니다.”
“에이~ 씨알이 너무 자네.”
“나는 말이요. 작년에 추자도 가서  6짜 감생이 세 마리, 5짜 벵에돔 다섯 마리, 80㎝급 참돔 두 마리 등 대물을 많이 잡았수다. 청산도도 좋다더만 와보니 별거 아니네~”
“그 좋은 곳 놔두고 뭣 하러 여기까지 왔소?”
“나는 안 올라 했는데 친구가 자꾸 가자고 해서 따러 왔지요.”
“기왕 왔으니 그냥 갈 순 없고 어디 좋은 포인트 추천 좀 해주쇼.”
“예~ 손님이 원하는 그런 포인트는 여기 없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보세요.”

이런 대화를 하다 보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감성돔 5짜, 6짜가 누구집 강아지 이름인가요? 아무리 여건이 좋고 활성도 높은 시기라도 45㎝가 넘는 씨알은 한 번에 여러 마리가 낚이는 경우가 드뭅니다. 여러 어종이 다양하게 낚이고 잔 놈들 속에 씨알 좋은 놈들이 섞여 낚인다면 그게 바로 흔히들 말하는 ‘대박’입니다. 대물이 마릿수로 낚인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13. 
필자에게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10여전 태풍 ‘매미’가 제주를 통과해 완도를 벗어난 직후였던 그날, 물때는 3물이었습니다. 진산리 노적봉 갯바위에 내려가 밑밥을 뿌리고 채비를 준비해 캐스팅을 했습니다. 조류가 완만하고 수심이 6~7m 정도인 여밭형 포인트인데 얼마 후 밑걸림이 생긴 것처럼 찌가 천천히 잠겼습니다. 수심이 맞지 않나 싶어 살짝 튕기듯 챔질하고 릴링을 하는데 갑자기 쿡쿡거리며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필자는 6박7일 동안 30~43㎝급 감성돔을 무려 187마리나 낚았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2008년에 하루 최대 조과 23마리,  2009년에 하루 최대 조과 15마리, 그리고 2010년에는 아직 변변한 기록이 없습니다. 이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폭발적인 입질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수온, 물때, 포인트, 그리고 테크닉이 잘 어우러져야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14.
신흥리 해수욕장 옆으로 돌담이 잘 보존된 동촌 마을에 가면 오랜 세월 풍파를 견디며 살아온 수령 500년이 넘은 고목나무가 있습니다. 가까이서 살펴보면 가운데 큰 구멍이 뚫려 있어 ‘오춘님’들이 어렸을 적엔 아래로 기어들어가 위로 나오며 놀았다고 합니다.
그 고목이 견딘 세월만큼이나 오래된 동촌 마을의 돌담은, 청산도의 명물이기도 합니다. 돌담을 걷다가 주민들과 마주쳐 인사라도 하면 으레 “어디서 왔소? 구경 잘 허고 가쇼!” 하는 참으로 정감 넘치는 남도 특유의 사투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청산도에서는 보통 여자를 ‘숙모님’ 또는 ‘아제’라 부르고, 남자들은 ‘오춘님’이라 칭합니다. 
조그마한 섬 안에서 끼리끼리 혼례를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서로 친인척관계이어서 생겨난 호칭이라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15.
다음으로 가볼 곳은 목섬입니다. 옛날에는 따로 떨어진 조그만 무인도였으나 태풍이 불 때마다 성산포와 진산리 마을에 큰 피해가 발생해 재해 방지 목적으로 방파제 겸 연결도로가 생겨 본섬과 이어졌다고 합니다.
포인트로 워낙 유명한 곳이라 청산도에 낚시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내려봤을 거라 생각됩니다. 바닥에 높고 낮은 수중여들이 잘 발달해 있고, 본류와 지류가  완만하게 교차하면서 뛰어난 여건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연중 대물감성돔 손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포인트입니다.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진 입구 쪽은 수심이 얕아 거의 낚시를 하지 않습니다. 좀 더 걸어가면 6~7m 수심대부터 시작해 10~12m까지 깊어지는 훌륭한 포인트들이 이어집니다.
목섬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자갈밭을 따라 10분 정도 가면 진산리와 마주한, 조류가 원활한 갯바위가 나옵니다. 이곳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특급 포인트입니다. 수심은 7~8m 정도로 그리 깊지 않지만 주변에 전복양식장이 많아 사철 씨알과 마릿수를 모두 노릴 수 있는 곳입니다.

 이렇듯 청산도에는 경관이 수려하고 조황이 뛰어난 낚시 포인트가 많습니다. 관광과 낚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섬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직접 낚은 싱싱한 횟감을 안주로 소주잔을 기울이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 천혜의 섬 청산도로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