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회원가입 | 사이트맵 | Contact us




 
맴버로그인
 
 
아이디  
패스워드  
 
  회원가입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작성일 : 10-09-28 17:05
어느 초여름, 눈처럼 흰 밤꽃이 가득 피었던 섬 경남 거제시 둔덕면 화도
 글쓴이 :
조회 : 3,676  

어느 초여름, 눈처럼 흰 밤꽃이 가득 피었던 섬

경남 거제시 둔덕면 화도


한낮에 내리쬐는 햇볕이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이 찾아왔음을 일깨워준다. 무더위에 몸과 마음이 지치다 보면 어느 순간 발길 가는대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기름값을 떠올리면 이마저도 사치스런 일이 아닌가 싶어 씁쓸해지기도 한다.
여름 문턱에 들어선 지난 6월초, 거제도 서쪽에 있는 작은 섬 화도를 찾았다. 행정구역상 경남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에 속하는 화도는 원래 통영시에 속했지만, 1952년에 거제군으로 편입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생활권역은 여전히 통영시에 치우쳐있어 이런저런 불편함이 적지 않다. 잠시 머문 필자도 이런 점을 느꼈는데, 주민들의 불편은 더할 것이다.
한가지 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주민 수가 300명이 넘는데도 육지를 오가는 도선이 없다는 점이다. 먼바다에 있는 외딴 섬도 아니고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데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민들은 육지에 볼 일이 생기면 직접 어선이나 선외기를 몰아 나간다고 한다.
이제까지 동서남해 수많은 섬을 다녀봤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어서 의아함이 더했다. 물론 그럴 리야 없겠지만, 거제시나 통영시 모두 화도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찬밥신세’가 된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요즘에는 어느 섬을 가더라도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화도를 찾았을 때는 작은 교실 창문 너머로 아이들의 낭랑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찌나 반갑던지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받았다.
마을길을 따라 걸어가다 우연히 이장님을 만났다. 교회 목사로서 선교활동과 함께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는 얘길 들어서 그런지 인상이 참 좋아보였다. 우편물 배달하랴, 몸 편찮은 노인 돌보랴, 각 단체에서 지원한 물품 나눠주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주민들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이장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나이가 더 많은 분들도 그를 ‘어르신’이라 부르며 존경과 고마움을 표현할 정도니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카메라에 담은 이장님 모습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아 미안할 따름이다. 다시 화도를 찾게 되면 탤런트 빰 치는 미남으로 멋지게 찍어드릴 것을 약속하는 수밖에 없겠다. “이장님, 용서해 주이소~”

초여름 햇볕이 어찌나 따갑던지 반팔티를 입고 두 시간 정도 돌아다녔더니 팔이 벌겋게 익어버렸다. 아무튼 섬을 한바퀴 돌며 많은 것을 보고 들었다.
섬 여기저기에는 허리가 굽어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정성스레 가꾸는 텃밭이 있었고, 숲에서는 노루를 비롯한 산짐승들이 맘껏 뛰놀았다. 경치가 좋은 구릉에는 제법 잘 지어진 펜션이 자리잡고 있는 반면, 어릴 적 시골에서 보던 허름한 집도 간간이 눈에 띄어 더욱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몇 년이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굴 종묘장에서 쓸 기계를 설치하기 위해 화도를 드나들었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거제도 둔덕포구에서 철부선에 장비를 실어 들어가곤 했는데, 일이 바쁘다 보니 섬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오랜만에 다시 이곳을 찾으니 감회가 새로웠고, 한편으론 ‘섬이 이렇게 컸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해안에 들어선 마을만 해도 5~6곳이나 되니 말이다.
매달 이 섬, 저 섬 돌아다니는 나를 보고 친구들은 땅 투기할 곳을 물색하느냐고 농담 삼아 말한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부지런히 정직하게 살아가는 섬 주민들을 보면 진정 가치 있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부을 일거리와 이에 따르는 적당한 보상,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자란 싱싱한 채소와 해산물을 맛보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풍요로움에 새삼 감사해야 할 것 같다.  

[2008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