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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9-28 16:56
젓갈내음 무르익는 변산반도 먹거리 명소 전북 부안군 진서면 곰소항
 글쓴이 :
조회 : 4,020  

젓갈내음 무르익는 변산반도 먹거리 명소

전북 부안군 진서면 곰소항


살다보면 가끔씩 마음이 움직일 때가 있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사람이 문득 보고 싶다든지, 잘 알지도 못하지만 한번쯤 가보고 싶어지는 곳이 생기기도 하는 게 세상살이가 아닐까 싶다.
봄 향기가 진동하던 오월의 첫날, 불현듯 멀리 있는 친구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같이 일어났다. ‘그래, 마음 동할 때 떠나자’ 싶어 급히 일정을 짰다. 먼저 전주와 부안에 들러 친구를 만나고, 고창과 목포를 거쳐 내친김에 완도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전주에 도착하니 느지막한 오후다. 친구를 만나 비빔밥 한 그릇 사달라고 조르니 제법 알려졌다는 밥집으로 안내했다. 맛깔스럽게 나온 비빔밥을 친구 부인까지 셋이서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웠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모처럼 만난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뒤 아쉬운 이별을 했다.
다시 차를 몰아 변산반도 남쪽 곰소만을 끼고 있는 곰소항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삶의 무게가 느껴질 때면 꼭 찾는 친구 순복이가 있다. 충남 보령에서 어류 종묘를 생산하는 일을 하는 순복이는 얼마 전 갯벌이 좋은 곰소로 내려와 동생과 함께 머물고 있다. 
항상 검게 그을린 얼굴에 충청도 사람 특유의 잔잔한 미소를 지닌 둘도 없는 친구 순복이. 나이가 50을 넘어가면서 부쩍 이마가 넓어지는 게 안타깝지만, 싫은 소리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우직한 성품은 여전하다.
양어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웬 일이냐며 순복이가 놀라 뛰어나왔다. 그냥 보고 싶어 왔노라니 투박한 손을 내밀어 내 두 손을 감싸주었다. 아무 말이 없어도 좋았다.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기에 충분했다.
잠시 후 양어장을 나와 함께 갯벌을 걸으며 밀린 얘기를 나눴다. 시장기가 느껴질 즈음 친구가 이곳 명물인 젓갈정식을 먹으러가자고 해 어느 집으로 들어갔다. 명란, 창란, 갈치속, 조개, 토하, 청어알, 낙지, 오징어, 꼴뚜기, 밴댕이 등 9가지 젓갈을 막 지어낸 쌀밥에 올려 정갈하게 씻어낸 상추에 싸먹는 맛이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식사를 끝내고 소화도 시킬 겸 곰소항 주변을 둘러봤다. 예전에도 몇 번 와본 적이 있지만 정겨운 어촌 풍광은 변함이 없었다. 단지 외지인들이 더 많아졌다는 것을 빼고는 말이다. 곰소항이 관광 명소로 널리 알려지면서 단체로 버스를 타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변산반도 남쪽에 있는 자그마한 포구에 이처럼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맛깔스런 젓갈과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데다, 서해안에 몇 안 남은 천일염 생산지라는 점 때문이다. 값싼 중국산 소금과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화학염이 식탁을 점령하면서 서해안 염전 중 상당수가 자취를 감췄지만, 곰소에선 여전히 질 좋은 천일염을 생산해 전국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의 열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단면이다.
곰소항에는 아직까지 소금창고가 남아있다. 젓갈을 담그거나 죽염을 구워낼 때 쓰이는 천일염을 보관하기 위해서다. 곰소 젓갈과 죽염이 널리 알려진 데는 알게 모르게 천일염이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 비해 염전 규모가 줄어 천일염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유명세에 있어서는 곰소 젓갈이 으뜸이다. 청정해역으로 이름 높은 칠산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1년 이상 묵혔다 간수를 제거한 천일염에 버무린 후 햇볕과 바람에 말려 장기간 자연 숙성시키는 전통 재래식 염장법을 고집하기에 깊이 있는 맛을 낸다. 단 새우류는 올라오는 즉시 소금을 뿌려야 고유한 향이 살아난다고.
이왕 곰소항을 찾았다면 한번쯤 변산반도를 둘러보길 권한다. 산과 바다가 조화롭게 이어진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할 것이다. 몇 해전 인기리에 방영된 TV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지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듯하다. 
곰소항은 부안군 진서면 진서리에 속한다. 일제강점기 말엽 착취한 농산물과 군수물자를 반출하기 위해 도로를 내고 제방을 쌓아 항구로 만든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웃한 줄포항이 토사로 인해 차츰 수심이 얕아지자 그 대안으로 곰소항을 개발했다고 한다.  
역사의 뒤안길을 거슬러 오르면 이처럼 아픈 과거가 드러나기도 한다. 아무튼 보고 싶던 친구와 만나 회포를 풀었고, 맛난 젓갈로 입맛을 돋우었더니 돌아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2008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