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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9-28 16:46
대낮에 노루가 뛰노는 조그만 섬 경남 통영 수도
 글쓴이 :
조회 : 2,725  

대낮에 노루가 뛰노는 조그만 섬

경남 통영 수도


벚꽃이 한참 절정을 이루는가 싶더니 잠시 내린 봄비에 가냘픈 꽃잎이 모두 떨어져 길거리에 수북이 쌓였다. 이제는 낮에 윗저고리를 팔에 걸친 채 걸어 다녀도 제법 덥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러다 내일 자고 일어나면 여름이 성큼 다가와 있지나 않을지 걱정이 된다.

이맘때면 전에 풍물기행을 통해 소개드린 거제 성포의 도다리쑥국이 생각난다. 그래서 다시 성포를 찾았다. 봄내음 가득한 도다리쑥국은 그야말로 별미가 아닐 수 없다. 시원하게 한 그릇 비우고는 어디로 가볼까 생각하다 가조도 옆에 있는 수도를 찾기로 결정했다.
성포에서 오전 7시30분과 오후 3시30분, 하루 두 번 자그마한 도선이 수도를 오간다.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요금은 성인 기준 편도 2천원이다.
수도는 거제나 통영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지만, 너무 작다보니 지역민들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듯하다. 도선을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섬 주민이라고 보면 된다. 낚시꾼들조차 수도라고 하면 어디에 있는 섬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다. 이 섬을 찾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수도에 발을 내딛고 처음 들은 얘기가 어느 할머니로부터 “젊은이는 이곳에 뭐 하러 왔능교?”였다. 나이 오십이 넘어 젊은이 소리를 들으니 기분은 괜찮았지만, 그만큼 이 섬에 노인들 밖에 없다는 말로 들려 안타깝기도 했다. 수도에는 20여 가구가 있다고 하는데, 정작 마을에 거주하는 이는 20여명이 채 안 되는 듯하다.
변변히 농사를 지을만한 땅이 마땅찮지만, 섬 전역이 황토로 이뤄진데다 물이 풍부해 자그마한 텃밭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푸성귀들이 한결 싱싱해 보였다.
산행이라도 해볼까 싶어 마을 뒤편으로 나 있는 자그마한 오솔길로 향했다. 숲속으로 들어서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때마다 푸다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인기척인가 싶었는데 얼마 후 정체를 알게 됐다. 노루가 도망가며 내는 소리였다.
한낮에 이렇게 노루가 활보하는 것을 보니 참말로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이라는 게 실감됐다. 산행 도중 발견한 집 주변 텃밭에 그물이 둘러쳐져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군데군데 들어서있는 대나무군락지도 노루가 살기 좋은 여건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정구역상 수도는 경상남도 통영시 용남면 지도리 1-124번지에 속한다. 고유 주소가 없다는 점에서 지도에 속한 작은 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기 나오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낚시꾼들조차 거의 찾지 않는다고 하니, 변변찮은 민박집 하나 없는 현실이 이해가 됐다.
다만 이처럼 사람들의 왕래가 적다 보니 개발이니 오염이니 하는 말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곳이 수도다. 자연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고, 주민들의 마음씀씀이도 그만큼 따뜻하고 순수하다.
이처럼 처녀지나 다름없는 수도를 둘러보면서 마냥 즐겁고 또 부러웠다. 물론 이곳 주민들은 불편한 점이 없진 않겠지만,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 강산에 노루가 맘껏 뛰노는 곳이 수도 외에 얼마나 되겠는가?    

[2008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