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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27 13:42
낚시인들이 남극 생태계를 파괴한다구요?
 글쓴이 :
조회 : 3,636  



낚시인들이 남극 생태계를 파괴한다구요?

시민환경연구소 주관 ‘남극 생태계 보호의 열쇠, 크릴’ 포럼… 낚시계 생존권 위협할 수도

지난 6월 25일(수)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국회 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 ‘남극 생태계 보호의 열쇠, 크릴’이라는 시민환경포럼 토론회가 열렸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시민환경연구소가 주관했다. 공식 주제는 남극 생태계 보호를 위한 한국 정부와 수산업계의 역할에 관한 것이었지만, 실제 발제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남극 생태계 구성원들의 먹이생물인 크릴을 잡지 말자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인성실업주식회사와 (주)동원산업이 남빙양에 진출해 크릴 조업을 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크릴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는 바다낚시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 초빙된 지정토론자 중에는 낚시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는 크릴 사용을 무조건 규제하자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일이다.
크릴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회의와 토론은, 정부당국, 학계, 원양어업계, 환경단체 뿐 아니라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낚시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지만 비로소 현실에 맞는 의미 있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낚시계에서는 지정토론에는 참가하지 못하더라도 자유토론 시간에 의견을 밝히기 위해 (사)한국낚시연합 김동현 회장, (사)한국낚시진흥회 안창호 사무국장 등 낚시단체와, 낚시춘추 허만갑 편집장, FTV 김탁 해설위원, 그리고 본 발행인 등 낚시언론들이 방청객 자격으로 참가했으며, 지정토론이 끝난 후 토론 과정에서 나온 잘못되거나 과장된 주장을 반박하고, 크릴의 주소비자로써 가장 큰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낚시인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은 주최측의 무성의를 지적했다.

왜 낚시인 배제한 토론이 기획되었을까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지현씨(시민환경연구소 남극보호담당, 국제 남극보호연합 크릴 보호 캠페이너)가 우리나라 크릴 소비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왜 크릴에 관한 토론을 하는 자리에 낚시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한명도 초청되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
다음은 박지현씨의 발제문 중 ‘국내 크릴 소비의 실태와 문제점’이라는 주제에 나온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크릴 소비 실태는 낚시용 90%, 식용 5%, 사료용 5%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낚시용으로 쓰이는 크릴이 국내 연안바다와 해양생태계를 어떻게 오염시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연구가 없다. 그 혹독한 환경의 남빙양까지 가서 많은 비용, 시간, 노력을 들여 잡아온 크릴을 자국의 바다에 뿌려대며 오염시키는 나라는 대한민국 뿐이다. 남극 생물들에게는 새끼를 낳고 키우기 위해 필요한 주요 먹이를 뺏어오고, 국내 바다의 생물들에게는 숨 쉴 수 없는 바다를 만들며 괴롭히고 있다”
박지현씨는 또 토론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도 여러번 반복했다.
“크릴을 잡아서 의약품이나 기타 꼭 필요한 원자재로 만든다면 모르겠지만, 단지 낚시를 하기 위해 바다에 마구 버려 환경까지 오염시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날 토론을 기획한 주최측에서 낚시인들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위 내용들은 잘못된 부분이 너무 많아 낚시인들에 대한 적대감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들게 한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크릴은 그토록 무의미한 존재일까?

우리나라 낚시산업과 크릴의 중요성

해양수산부의 의뢰를 받아 한국갤럽이 2004년 1월, 2월, 4월 총 3차례에 걸쳐 전국 20세 이상 남녀 45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낚시인구는 572만6천명(1년에 한번이라도 낚시를 하는사람)으로 나타났다. 민물낚시를 주로 즐기는 인구는 66%였으며, 바다낚시를 주로 즐기는 인구는 34%였다. ‘1년에 5회 이상 낚시를 가는 사람(낚시가 으뜸 취미인 사람)’은 약 250만명이었으며, ‘1주일에 1회 이상 낚시를 가는 사람’은 약 40만명으로 집계된 바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는 이유는 어떤 취미보다도 건전하고, 자연 속에서 심신의 안정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레저활동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낚시인들이 많다 보니,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낚싯배나 낚시점도 매우 많다. 
현재 낚시포털 디낚(www.dinak.co.kr)에 등록돼 있는 낚시어선은 경남 700여척, 전남 400여척 등 전국적으로 약 2700척에 이른다. 미처 등록되지 않은 낚시어선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전국에서 운영중인 낚시어선은 최소 3천척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낚시어선은 100% 바다낚시를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바다낚시 시장이 축소되면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낚시어선의 운영이 어려워지면 4인가족 기준으로만 생각해도 최소 1만2천명에 이르는 어촌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약 2500~3000개의 낚시점이 있으며, 이중에서 바다낚시와 민물낚시를 겸하는 곳까지 포함해서 약 1500개에 이르는 낚시점이 바다낚시 관련 용품 판매로 생업을 삼고 있다. 바다낚시 시장 축소로 영업에 타격을 입으면, 4인가족 기준으로 최소 6천명에 이르는 국민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  우리나라 크릴 연간 소비량은 약 2만여톤이며, 이를 소매 판매(3천원/1.5kg)로 환산했을 때 시장규모가 연간 4백억원에 이른다.
또한 크릴 사용이 금지되거나 규제를 받아 바다낚시 시장이 축소된다면, 낚시용품 제조/유통업체 및 임직원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
이처럼 크릴은 약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바다낚시 동호인들 뿐 아니라 낚시어선, 낚시점, 낚시 관련 업체 및 그 종사자들과 그가족들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줄잡아도 3만명 이상이나 되는 낚시산업 종사자 및 가족들의 생존권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크릴 소비에 관한 논의의 근본적 문제점

여기서 반드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우리나라 낚시인들이 크릴을 사용하는 것이 남극 생태게에 정말로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환경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만약 바다낚시가 남극 생태계를 위협한다면 크릴 사용량을 제한하는 등 부분적인 규제를 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CCAMLR. 카밀라협약)에서 발표한 2008년 해구별 제한량을 살펴보면, 크릴 조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48해구에서는 62만톤에 이르는 크릴을 잡을 수 있다. 58.4.1해구에서는 44만톤, 58.4.2해구에서는 45만2천톤이며, 일년간 잡을 수 있는 총량은 151만2천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빙양 일대에서 이뤄진 크릴 연간 어획고를 살펴보면, 2003~2004년 시즌 8만6천톤, 2004~2005년 시즌 12만7천톤, 2005~2006년 시즌 10만5천톤, 2006~2007년 시즌 10만4천톤이었으며, 2006~2007년 시즌 역시 10만4천톤에 불과하다.
이처럼 해마다 평균 10만여톤에 불과한 크릴 조업규모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CCAMLR)에서 제한하는 크릴 포획 가능 규모에 비해 채 7%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같은 내용만 살펴봐도 현재 크릴 조업이 남극 생태계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현재 이뤄지는 크릴 어획이 남극 생태계에 과연 영향을 미치는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학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남빙양 크릴 자원의 규모는 최소 1억톤에서 최대 10억톤에 이른다고 한다. 최소로 잡아았을 때도 1억톤에 이르는 자원 중에서 10만톤, 즉 0.01%를 어획하는 것이 과연 생태계를 위협하는 수준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현씨가 크릴 조업을 문제 삼는 이유는, 총 포획량은 허용량보다 적지만 육상 포식동물이 많이 사는 3개 지역(남극반도, 사우스 오크니, 사우스 조지아)에서 크릴 조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는 점 때문이다. 즉, 좁은 지역에서 크릴을 둘러싸고 조업선과 육상 포식동물 사이에서 경쟁관계가 발생해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박지현씨 역시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최소한 피해 정도가 어느정도인지, 그리고 그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크릴 조업 규제까지 포함해서) 할지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크릴이 바다를 오염시킨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박지현씨의 주장과는 다르게,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도 크릴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 역시 대부분의 크릴을 바다낚시에 소비하고 있다. 크릴을 사용하는 바다낚시 역시 일본에서 시작돼 우리나라로 전파됐다.
바다에 뿌려진 크릴이 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박지현씨의 발제문 내용은 어떤 연구나 자료에도 근거하지 않는 단순한 ‘주장’일 뿐이다.
일본의 경우 바다낚시가 대부분 만 안쪽에서 이뤄진다. 만 안쪽은 조류 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밑밥으로 인한 오염 우려가 조류 소통이 잘 되는 곳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일본에서 크릴 때문에 바다가 오염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조류 소통이 잘되는 곳에서 주로 낚시가 이뤄진다. 따라서 바다에 뿌려진 밑밥이 바닥에 쌓이지 않고 대부분 멀리 흘러가며 희석된다. 크릴로 인한 오염 우려가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바다에서 낚시를 하기 위해 크릴을 뿌리면 수많은 물고기들이 몰려들어 그것을 받아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횟집 수족관에 크릴을 넣어줘도, 낮에는 경계심 때문에 먹지 않는 것 같아도 그 다음날 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바다에 뿌려진 크릴은 모두 물고기가 먹어치우기 때문에 오염의 원인이 될 우려가 전혀 없다.
만약 바다낚시에 사용하는 밑밥이 바다를 오염시킨다면, 그것은 크릴이 아니라 저급한 재료로 만든 집어제나 각종 곡물류가 원인일 것이다. 따라서 밑밥으로 인한 바다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크릴을 문제 삼을 게 아니라, 크릴에 혼합하는 집어제의 성분을 법으로 규정하거나 보리와 옥수수 같은 곡물류의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고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행복추구권과 생존권도 중요

낚시는 인간이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다. 크릴 소비를 자제해 남극 생태계를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대중적으로 즐기는 낚시를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제한하는 것과 같다.
인간에 의한 크릴 포획이 남극 생태계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크릴 사용 제한으로 인해 낚시 동호인들과 낚시업계 종사자 및 그 가족들이 받게될 타격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또한 낚시를 제한하는 것은 정부 정책과도 어긋난다. 정부에서는 해마다 수많은 예산을 들여서 살기 좋은 어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체험관광, 테마관광, 정보화마을 등등 수없이 이뤄지고 있는 살기 좋은 어촌 만들기 정책에서 빼놓지 않고 들어가는 분야가 바로 ‘낚시’다.
한편에서는 국가 예산을 들여 낚시를 통해 살기 좋은 어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낚시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위험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환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이상보다는 현실, 추측보다는 과학에 근거한 환경운동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2008년 7월]